<미추홀평화복지연대 '책기리' 5월 독서모임>

-  한강 장편소설《소년이 오다》-


조금은 낯설은 2인칭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실험적인 소설인가 했더니 1장부터 6장까지 장마다 다른 화자의 이야기가 열흘간의 광주 민주화운동을 중심축으로 해서 2인칭 주인공인 동호의 죽음과 그와 얽힌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런 까닭에 이야기의 전개가 어떨 때는 툭툭 끊어져 '왜이러지?'하며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시점을 바꾸며 이야기를 전개한 까닭도 나름대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시점을 바꾸며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이야기를 서술하는데, 영문도 모른 채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서글픔, 이 끔찍한 통증이 등장인물의 것보다는 작가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읽으면서 이렇게 동일시한 표현을 하는 작가는 이 무시무시한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6장에서 결국 눈물을 푹 쏟았다. 어느 순간 그냥 눈물이 터져나왔다. 가슴이 계속 아리다. 등장인물의 슬픔보다 이를 동일시한 작가의 처절함에 터지는 눈물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에필로그를 통해 이 이야기들의 전말이 밝혀진다.


보통 소설을 읽으면 책을 덮고 다시 읽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이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한다. 그랬더니 처음 읽을 때 보이지 않던 사소한 것들이 마치 눈동자에 빨대를 꽂은 듯 하나하나 쪼옥 빨려 들어온다. 대단한 작가다. 이제 한강이 쓴 소설들을 모두 사서 읽어야 하겠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악마들의 죄를 밝히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들의 장례식을 치를 수가 없는 것이고, 우리들의 삶은 진행 중인 장례식인 것이다. 그 악마의 대변인이 며칠 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얼굴을 내민다고 한다. 악마의 탈을 쓴 것이 아니라 악마 자체인 것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사람은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다운 것일까? 양심이란 어떤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어리석은 것일까? 


아니,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는 존재들, 이런 고민을 비웃으며 비아냥거리는 족속들은 이미 사람되기를 포기한 것이니, 형체만 사람을 닮았을 뿐 금수나 악마로 취급해야 한다. 어설픈 동정과 연민은 이들의 사악한 세계를 확장시켜줄 뿐이다. 


금수는 금수의 법으로, 악마는 악마의 법으로 처단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사람의 용서는 진정으로 뉘우치는 자에게만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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