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평화기행  


글. 문영미(미추홀구 회원) / 사진. 박원일(기획국장) 


# 오래전 기억을 꺼내다



파란 하늘과 살랑이는 바람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토요일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연안여객터미널은 배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날이 좋아 파도도 잠잠한 바다를 2시간여 가니 연평도에 도착했다. 그때까지는 정말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고 특별히 부모님과 함께여서 기분이 좋았다. 또한 숙소인 연평안보수련원을 책임지고 있는 서은미 팀장은 내가 아는 후배여서 오랜만의 만남에 설레는 마음이었다.



3차 포격이 있던 2010년 11월 23일의 영상을 보고 팀장가족의 당시 상황을 들으면서 서해5도 평화기행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일상의 삶을 영위하던 섬 주민들이 얼마나 놀라고 황당했을까? 서해5도중 북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오래전 기억으로 묻어두었던 전쟁의 공포가 현실이 되었던 연평도.

한때 조기파시로 풍요를 누렸던 연평도는 포격을 맞아 분단의 흉터를 가지게 되었다. 주민들은 난데없이 피난살이를 하는 신세가 되었고 공공기관들의 대응은 주민들의 트라우마까지 치료해 주지 못한 것 같다. 


# 평화도시 인천은 서해5도로부터 

두렵고 힘들지만 다시 살아가기 위해 섬으로 돌아오면서 주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나마 이 기행을 주최한 우리겨레하나되기인천운동본부와 협력단체인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서해5도평화수역운동본부 그리고 인천평화복지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갖고 섬 주민들과 계속 생존의 문제부터 평화의 문제까지 함께해 왔기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인천시민으로 인천에 있는 섬들에 관심을 갖고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이번 기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더 많은 인천시민들이 인천을 평화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서해5도를 꼭 방문했으면 한다.



▲ 조업중인 중국어선


기행은 39명이 두 조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나는 다행히 부모님과 같은 조여서 함께 연평도를 둘러보았다. 첫 방문지는 OP였다. OP에 올라 가까이 보이는 북쪽 섬들을 바라보았다. 1.2킬로미터의 거리는 70년이 넘도록 갈 수 없는 곳이었고, NLL이라는 보이지도 않는 선 때문에 중국배가 한가로이 조업하는 것을 답답한 심정으로 쳐다보아야 한다. ‘눈앞에서 코 베인 느낌’이랄까 나도 이런데 매일같이 이걸 봐야하는 어민들의 심정이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구리동해변은 서해가 아닌 동해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해변이었다. 그런데 배의 정박을 막는 시설물이 보기 흉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좀 안타까웠다. 양쪽 옆으로 멋진 절경이 펼쳐지고 북쪽이 바라다 보이는 해변이니 곧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포격 당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그리고 사망한 민간인 두 분께 헌화하고 망향공원에서 다른 일행들과 만나 4시간 넘게 꼼꼼히 짜여진 첫 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


# 원래 있던 그대로의 바다를 염원하며



박태완 어민계장님이 공수해 주신 연평도 꽃게로 찜과 탕을 배불리 먹고 덤으로 망둥이찜까지 먹으니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처음 보는 일행들과도 스스럼없이 기행 소감이며 자신을 소개하며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하나가 되었다. 언젠가는 이곳에서 북의 형제자매들과도 이렇게 함께 잡은 맛있는 꽃게를 풍성하게 쌓아 놓고 소주며 맥주며 막걸리까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이튿날 신선한 연평도의 재료로 맛있는 아침이 준비되었지만 오랜만의 분위기 좋은 술자리에 과음을 해서 나는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일정이 4곳이나 있었는데 기상 악화로 11시 배로 나가야 한다고 해서 안보교육관을 돌아보는 것으로 교육일정을 정리했다. 포격으로 불탄 집 3곳을 돌아보고 포격당시 영상을 재구성 해놓은 것과 포탄과 포신 등의 잔해를 보았다. 그리고 인스파월드에서의 피난생활, 그 후 희망을 그린 3D영상을 보았다. 교육관을 나오며 부지런하게 일상을 살고 있는 연평주민들을 보았다. 그들의 삶이 계속되기 위해 평화와 통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리고 남과 북이 나눠진 바다가 아니고 원래 있던 그대로의 바다로 조기파시가 다시 시작되는 연평도가 되길 기원했다.



주말인데도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관계자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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