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매년 사회복지집중세미나를 한다. 사회복지위원회가 준비하고 회원들이 함께 한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 중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기본소득, 커뮤니티케어였다.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윤홍식 교수가 다룬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한국 복지체제의 관점에서 검토한 논문의 일부를 요약한 글이다.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과 사회정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증가시키고, 늘어난 가계소득을 통해 소비를 증대시키고, 내수 확대로 견실한 성장을 이루어 내는 ‘소득주도 성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방법으로 성장정책, 고용정책, 복지정책이 각각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 전략으로 가계소득을 증대시켜 '성장-고용-복지'가 동일체를 이루어 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즉 노동소득이나 가계소득의 증가가 내수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주장은 한국의 성장체제는 이윤이 아닌 노동소득과정의 관계를 갖는 소득주도형 성장체제이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 소득을 늘려야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와 같은 수출독주체제에서 임금상승과 사회지출의 증가는 수출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늘어난 소득이 소비가 아닌 자산구매와 부채상환에 쓰인다면 소득주도성장에서 주장하는 소득증가와 소비증가의 선순환에 기초한 성장기제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공적 복지가 취약한 한국 복지체제에서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 주체가 개인과 가족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진다는 가정은 검증이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Income-led growth)라는 용어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ILO 등 국제기구는 소득주도성장 대신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다만 한국에서 임금주도성장 대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자영업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임금소득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노동소득분배율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고, 공적 사회지출의 확대가 필요한 한국의 현실적 과제를 담아내기 위해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포괄적인 용어로 임금주도성장 대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주도성장 전략은 자본주의가 직면한 장기침체가 기능적 소득분배의 악화, 즉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저하되면서 발생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노동소득분배율은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화, 세계화, 복지국가의 축소와 함께 자본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교섭력 약화가 노동소득분배율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OECD 28개국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990-94년과 2000-04년 사이의 노동소득분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금융화(46%)로 나타났고, 이어서 정부소비와 노동조합 밀도 등이 25%, 세계화가 19%, 숙련편향적 기술변화가 10%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이 세계화와 기술변화 등에 따른 것이라면 정책 개입은 (현재의 세계화 수준을 유지하는 한) 주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인적자본을 강화해 기술 변화가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구조에 적응할 수 있는 노동력을 만드는 공급측면의 대응에 집중하는 것 이 타당할 것이다. 반면 하락추세가 1980년대부터 지속된 금융화, 세계화, 사회지출의 축소, 노동계급의 약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라면 국가의 역할은 금융화, 세계화, 노동시장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사회지출을 확대하고 노동자의 교섭력을 높이는 반(反)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 대 포용적 성장   

IMF, 세계은행, OECD의 포용적 성장전략은 ILO가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또는 임금주도성장)과는 상이한 개념이다. 핵심은 경제성장을 위해 시장과 자원(교육, 의료 등 사회서비 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은행, IMF, OECD 등 신자유주의 체제를 옹호했던 국제기구가 정의한 ‘포용적 성장’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와 소득을 제공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포용적 성장에서 현재 불평등과 장기침체가 신자유주의 체제의 구조와 무관한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은 포용적 성장이 장기침체의 핵심 원인으로 기술변화로 보는 반면 세계화, 금융화, 노동의 교섭력 약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로 대표되는 노동 시장의 신자유주의적 변화 등은 부차적인 원인으로 간주하는 데서도 확인 된다. 


한국 복지체제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실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소득주도성장

<그림3>에서 보는 것처럼 1997년 이후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이 주로 임금소득 하위 70%와 자영업자의 소득이 낮아진 것과 관련된다. 수출과 투자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고, 노동소득분배율의 감소가 대기업 노동자와 관련 없는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이 감소한 결과라면 노동소득 분배율 감소가 수출과 투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의 생산체제가 ‘약한 임금주도 성장체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면,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주장하는 것처럼 임금을 높이고, 사회지출을 늘리는 것이 한국에서 기대했던 성과(경제성장)를 내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위주의 개발국가의 유산, 부채와 자산기반복지

한국처럼 실업, 질병, 노령 등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공적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히 발달해 있지 않고 주택(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복지체제에서 가구의 소득상승은 소비가 아닌 부채 증가를 수반 한 투기적 성격의 자산구매로 이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로라고 할 수도 있다.

소득증가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부채증가를 수반해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는 구조는 보수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라 한국 복지체제의 오랜 역사적 유산이다. 


사실 한국 복지체제의 역사에서 임금상승이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켜, 총수요를 증가시키고, 총수요의 증가가 경제성장에 기여했던 집단적 경험은 노태우 정부 시기가 유일했다. 반면 박정희의 권위주의 개발국가 이래 지속된 주택가격의 상승은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어 소득증가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를 수반해 부동산 투자를 유발했고, 상승한 주택가격은 가계의 담보능력을 더 높여 부채의 추가적인 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누구의 소득(복지)을 어떻게 높여야하나?

한국 복지체제는 민주화 이후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공적 복지를 확대해왔다. 이러한 현상을 지적하는 이유는 한국 복지체제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지출을 늘릴 경우 한국 복지체제는 공적 사회보장체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 직장을 갖고 있고, 임금이 높은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제도화된 “역진적 선별주의 복지체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


중소사업체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임금하위 70%의 노동자 가구와 영세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사회지출을 전향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에 대한 임금보조는 중소업체에 종사하는 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임금’ 성격의 지원으로 한시적으로 유효성을 가질 수 있다.


복지체제의 관점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언급하면 소득증가가 소비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인이 불특정한 미래에 실업, 질병, 노령, 돌봄 위기 등 사회적 위험에 직면해도 반드시 ‘기본적인 삶’이 보장된다는 확신이 있어야한다. 비급여 축소를 중심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실업부조 제도화, 기초연금 인상,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보편적 돌봄체계 구축 등 공적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켜 ‘저축의 역설’을 피해 (가처분) 소득증 가가 소비증대로 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중요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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